고용부 '故 오요안나 괴롭힘' 인정.."근로자는 아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요안나 씨는 2021년 입사 이후 업무와 관련된 지도·조언이라는 명목 아래 반복적으로 부적절한 발언과 압박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오 씨가 방송 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이후 한 선배 기상캐스터가 다수의 동료들 앞에서 “네가 유퀴즈에 나가서 무슨 말을 할 수 있어”라며 공개적으로 비난한 사례가 대표적인 예로 지적됐다. 고용부는 이같은 발언이 단순한 업무 지적을 넘어 사회 초년생에게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는 괴롭힘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고용부는 이러한 판단의 근거로 △오 씨가 방송 경력 1\~3년 차의 사회 초년생이라는 점, △업무상 필요성을 넘어 개인적 감정에서 비롯된 발언이 반복된 점, △지도 방식에 대해 선·후배 간 인식 차이가 컸던 점, △오 씨가 지인들에게 지속적으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유서에 구체적인 괴롭힘 정황을 남겼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는 MBC 기상캐스터들이 프리랜서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위계와 서열이 존재하는 조직문화 속에서, 권위적인 선후배 관계가 괴롭힘으로 이어졌다는 구조적 문제를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그러나 고용부는 오 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로 인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고용부는 오 씨의 업무 형태를 면밀히 조사한 결과 △뉴스 출연 외에는 MBC 소속 근로자가 일반적으로 수행하는 다른 업무를 하지 않았고, △일부 기상캐스터는 외부 기획사와 계약하거나 독자적으로 활동하며 수익을 전액 본인이 수령했고, △업무 수행 시 기상 원고 작성, CG 초안 작업 등을 상당한 재량으로 자율적으로 했으며,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나 복무 규정 적용도 없었다는 점을 들었다. 방송 출연 의상비용도 각 기상캐스터가 자비로 조달하고 코디까지 직접 고용해 처리하는 등, 전반적인 업무 환경이 일반적인 근로계약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한편 고용부는 특별근로감독 기간 중 MBC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조직문화 설문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조사에 참여한 252명 중 115명(45.6%)이 "직장 내 괴롭힘 또는 성희롱 피해를 직접 입었거나, 주변에서 그런 사례를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 중 일부 응답자들은 △팀장급 직원이 공개적으로 욕설을 해도 조직 전체가 이를 묵인하거나 침묵했다는 사례, △러브샷을 강요하거나 외모에 대해 부적절한 농담을 주고받는 등의 성희롱성 언행, △정규직임에도 계약직 출신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았다는 주장 등을 제기했다.
고용부는 기상캐스터를 포함한 프리랜서 35명 중 25명이 실제로는 방송 제작 과정에서 정규직 근로자처럼 지휘·감독을 받고 있었으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주로 FD, AD, 취재PD, 편집PD 등으로, 주된 업무에서 메인 PD의 구체적인 지시를 받고 지속적인 감독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고용부는 이들 프리랜서에 대해 현재의 근로조건보다 악화되지 않는 선에서 근로계약을 체결하도록 MBC 측에 시정지시를 내렸으며, 향후 이행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고용부는 방송지원직 및 계약직 직원에 대한 연장근로수당 과소지급, 연차휴가 미부여, 휴일근로수당 체불, 퇴직연금 과소 납부, 배우자 출산휴가 미지급, 취업규칙 변경 미신고 등 총 6건의 노동관계법령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 이로 인해 총 1억8400만 원의 임금체불(691명 대상)을 확인했고, 4건은 즉시 범죄로 인지해 수사에 착수했으며, 2건은 과태료 1540만 원을 부과했다.
고용부는 이번 감독 결과를 바탕으로 MBC에 조직문화 전반에 대한 개선계획서를 제출받고, 이에 대한 이행 상황을 철저히 관리할 방침이다. 김민석 고용노동부 차관은 “지속적인 방송사 지도·감독에도 불구하고 반복되는 노동관계법 위반이 여전하다”며 “향후 주요 방송사에 대한 감독을 더욱 강화하고, 프리랜서 등 비정형 노동자에 대한 보호 장치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고(故) 오요안나 씨의 죽음이 경종이 되어 방송계 전반의 근로환경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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