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즈타바, 허수아비 전락? 이란 실세는 '혁명수비대'

 미국과의 종전 협상을 두고 교착 상태에 빠진 이란 내부에서 군부 강경파가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했다는 관측이 제기되며 중동 정세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최근 외신들은 이란 내 주요 권력 암투의 결과로 실용주의 노선을 대변하던 협상파 대표가 실각했으며, 현재 이란의 핵심 의사결정은 군부 장성들의 합의체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고 연일 보도하고 있다. 이러한 내부 균열 속에서 대외 활동을 자제해 온 이란의 새로운 최고지도자는 이례적으로 대국민 메시지를 내고 내부 결속을 다지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미국 유력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전임 최고지도자의 사망 이후 권좌를 물려받은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아버지와 같은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란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모즈타바가 실질적인 통치자라기보다는 군부 실세들로 구성된 일종의 이사회 의장 역할에 머물러 있다고 전한다. 국가의 중대사는 이들 장성들의 집단적인 논의를 거쳐 결정되며, 모즈타바는 이미 기정사실화된 사안들을 추인하는 제한적인 역할만을 수행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권력 재편의 중심에는 이란의 정규군과는 별개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자리 잡고 있다. 정치와 경제 전반에 걸쳐 깊숙이 뿌리내린 IRGC는 현재 아흐마드 바히디 총사령관 등 대미 강경파 인사들이 이끌고 있다. 서방의 중동 전문가들은 모즈타바가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 이들 강경파 군부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으며, 이로 인해 이란의 대외 정책이 더욱 호전적인 방향으로 쏠리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러한 내부 역학 관계의 변화는 미국과의 종전 협상 과정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최근 미국과의 1차 협상을 주도했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이 협상단 대표직에서 전격 사임했다는 이스라엘 언론의 보도가 나오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갈리바프 의장은 종전 협상에 사사건건 개입하며 강경 노선을 고집하는 IRGC 수뇌부와의 심각한 마찰 끝에 결국 백기를 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란 내에서 대화와 타협을 주장하는 온건파의 입지가 사실상 소멸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편,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진 모즈타바 최고지도자의 건강 상태도 권력 공백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여러 차례의 수술을 거치며 회복 중인 그는 대중 앞에 나서기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즈타바는 최근 국영 매체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외부의 적들이 이란의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며 국민들의 강철 같은 단결을 촉구했다. 그는 적들의 심리전에 흔들리지 말고 내부 결속을 다져야만 궁극적인 승리를 거둘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란 수뇌부의 이러한 움직임은 내부의 혼란을 수습하고 외부의 위협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풀이된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역시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란 내에 파벌은 존재하지 않으며 모두가 하나 된 혁명가일 뿐이라고 강조하며 내부 분열설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협상파의 몰락과 강경파의 득세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 속에서, 국제 사회는 이란이 종전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와 다시금 무력 충돌의 길을 선택할 가능성에 대해 깊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