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고온천의 반전, 청년 예술가가 폐건물 살렸다

 충남 아산시 도고온천 구시가지를 걷다 보면 과거와 미래가 기묘하게 공존하는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낡은 건물의 골조와 기둥을 그대로 노출한 채 세련된 감각으로 덧입혀진 이 공간은 한때 도고의 황금기를 상징했던 대형 여관 '청수장'이 있던 터다. 1980년대만 해도 신혼여행객과 온천객들로 발 디딜 틈 없던 이곳은 관광 산업의 쇠퇴와 함께 오랜 시간 지역의 낙후를 증명하는 흉물로 방치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 아산시가 추진한 대규모 문화 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이곳은 '스페이스앳도고'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탈바꿈하며 지역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과거의 흔적을 완전히 지워버리는 전면 철거 대신, 세월의 켜가 쌓인 기둥과 벽면을 보존하며 그 위에 새로운 기능을 덧씌운 점에 있다. 이는 단순히 건물을 고치는 수준을 넘어 도고가 가진 역사적 서사를 존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청수장의 낡은 뼈대는 이제 청년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으며, 노출된 콘크리트 질감은 현대적인 인테리어와 어우러져 독특한 미학적 가치를 창출한다.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40여 년 전의 영화로웠던 기억과 2026년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동시에 경험한다.

 


스페이스앳도고는 청년 창업가와 예술가들이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는 다목적 플랫폼으로 설계되었다. 1층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개방형 커뮤니티 라운지와 전시 공간으로 꾸며졌으며, 상층부에는 창작 활동에 몰입할 수 있는 개별 스튜디오와 협업을 위한 공유 오피스가 마련되었다. 특히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로컬 푸드 스타트업과 온천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디자인 그룹들이 속속 입주하면서 공간의 성격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이곳은 이제 정적인 휴양지에 머물던 도고에 젊은 숨결을 불어넣는 심장 역할을 수행한다.

 

청년 인구의 유입은 도고온천 일대의 상권 지형도마저 바꾸어 놓았다. 스페이스앳도고를 중심으로 개성 넘치는 카페와 독립 서점, 소규모 공방들이 하나둘 문을 열면서 이른바 '도고리단길'이라는 별칭까지 생겨났다. 과거 노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온천 마을에 2030 세대의 발길이 이어지는 현상은 매우 고무적이다. 청년들은 이곳에서 단순히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며 새로운 공동체 문화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인적 교류는 도고가 가진 고착된 이미지를 탈피하고 지속 가능한 도시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된다.

 


아산시는 스페이스앳도고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입주 청년들에게는 임대료 감면 혜택뿐만 아니라 전문가 컨설팅과 판로 개척을 위한 네트워킹 기회가 제공된다. 올해 상반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 이후, 전국 각지에서 벤치마킹을 위한 지자체 관계자들의 방문도 줄을 잇고 있다. 폐건물을 활용한 공간 재생이 어떻게 인구 소멸 위기의 해법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증적 사례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시는 향후 이곳을 기점으로 주변 노후 건축물들에 대한 연쇄적인 재생 사업을 검토 중이다.

 

도고는 이제 뜨거운 온천수라는 단편적인 소재를 넘어 청년과 예술이 주도하는 새로운 서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화려했던 옛 영광을 파괴하지 않고 오히려 그 기억을 재료 삼아 미래를 짓는 방식은 도시 재생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찬사를 받는다. 낡은 여관 터에서 피어난 창업의 열기는 차가운 폐건물에 온기를 불어넣었으며, 이는 다시 지역 전체의 활력으로 전이되고 있다. 흙과 불의 기억을 간직한 옹기처럼, 도고의 낡은 기둥들은 이제 청년들의 꿈을 담아내는 가장 단단하고 아름다운 그릇으로 거듭나며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