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겨울 다 망했는데…‘이 계절’만은 관광객 터져나간다, 왜?

 기후 변화가 대한민국 관광 지형도를 뿌리부터 뒤흔들고 있다. 과거 상식으로 통용되던 계절별 성수기 공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최근 7년간의 기후 데이터와 이동통신 기반의 방대한 관광 데이터를 결합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기온 변화는 특정 계절의 흥망을 가르고 관광객의 발길을 다른 시기로 유도하는 등 관광 산업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었다. 이는 더 이상 기후 변화를 막연한 환경 문제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관광 정책과 상품 기획에 즉각적으로 반영해야 할 현실적인 경제 문제로 받아들여야 함을 시사한다.

 

뜨거워진 날씨의 가장 큰 피해자는 여름과 겨울이었다. 2022년 이후 데이터를 기준으로 초여름인 6월에 기온이 1도 상승하자 자연 관광지 방문객은 무려 9.6%나 급감했다. 한낮의 무더위를 피해 야외 활동 자체를 꺼리는 경향이 뚜렷해진 것이다. 여름 성수기 역시 8월 한 달에만 집중되는 현상이 심화되며, 7월의 관광 수요는 오히려 감소하는 패턴을 보였다. 겨울 성수기는 사실상 소멸 수순을 밟고 있었다. 늦춰지는 스키장 개장 시기와 부족한 적설량으로 인한 운영 기간 단축은 겨울 레포츠 관광의 매력을 반감시켰고, 이는 겨울철 대부분의 관광지에서 방문객 감소라는 직격탄으로 이어졌다.

 


반면, 봄과 가을은 기후 변화의 새로운 수혜자로 떠올랐다. 전통적인 봄의 절정으로 여겨졌던 5월은 이제 그 자리를 3~4월에 내주었다. 2018년과 비교해 전국 벚꽃 개화 시기가 평균 3일이나 앞당겨지면서, 사람들의 상춘(賞春) 시점도 덩달아 빨라진 것이다. 가을은 기온 상승의 긍정적 효과를 가장 뚜렷하게 본 계절로 확인됐다. 선선해야 할 10월과 11월의 기온이 과거보다 온화하게 유지되면서, 휴양 관광지를 중심으로 오히려 방문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실제로 10월에 기온이 1도 오르자 휴양 관광지 방문객은 13.5%나 늘어나며, 가을이 새로운 ‘황금 성수기’로 자리매김했음을 증명했다.

 

이러한 극적인 계절 지도의 변화는 2018년 이후 국내 평균 기온이 1.7도나 상승한 직접적인 결과다. 봄꽃 구경은 3월에, 여름휴가는 8월에 집중되고, 따뜻한 가을은 11월까지 길게 이어지는 반면 겨울 여행은 자취를 감추는 새로운 공식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는 관광객들의 소비 패턴은 물론, 지역 경제와 관광 상품의 흥행까지 좌우하는 거대한 흐름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관광 전략은 변화한 계절 시계에 맞춰 유연하게 재설계되어야 하며, 지속가능한 관광 콘텐츠를 발굴하려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