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85% 폭증하는 동안 금융사고 1972억 '펑'…임원 징계는 0건, 이게 나라냐?
시중은행에서 크고 작은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는 심각한 상황 속에서, 정작 경영을 책임지는 임원들은 역대급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헌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지난해 임원 성과급 총액은 142억 원으로, 전년도 91억 원 대비 무려 56.0%나 급증했다. 이를 임원 1인당 평균 수령액으로 환산하면 약 3억 1,521만 원에 달하는데, 이는 최근 5년 사이 처음으로 3억 원을 돌파한 기록이다. 하나은행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하나은행 역시 지난해 임원들에게 89억 원의 성과급을 지급하며 전년도 48억 원보다 85.4%나 껑충 뛴 액수를 기록했다. 은행의 신뢰도를 갉아먹는 사고가 빈번함에도 불구하고, 임원들의 주머니는 오히려 더욱 두둑해진 모순적인 현실이 수치로 증명된 셈이다.문제는 임원들의 성과급이 치솟는 동안 금융사고의 규모와 빈도는 더욱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총 74건, 사고 금액은 1,972억 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사고 건수인 62건과 사고 금액 1,368억 원을 이미 훌쩍 뛰어넘는 수치로, 각각 19.4%와 44.2%나 늘어난 심각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처럼 천문학적인 규모의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책임을 져야 할 임원들은 사실상 아무런 불이익도 받지 않았다. 2016년부터 올해 8월까지 무려 8년이 넘는 기간 동안, 4대 시중은행에서 금융사고와 관련해 제재를 받은 임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은 현재의 내부 통제 시스템이 얼마나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처럼 실적에 따른 보상은 철저히 챙기면서도 사고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는 경영진의 행태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금융감독원이 마침내 칼을 빼 들었다. 금융사고 발생 시 책임이 있는 임직원이 이미 받아 간 성과급을 환수하는 '클로백(clawback)' 제도의 법제화를 다시금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행법에도 임원 성과급의 40% 이상을 최소 3년간 나누어 지급하도록 하는 이연 지급 제도가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금융사가 내부 규정에 환수와 관련된 세부 내용을 명시하지 않아 유명무실한 상태다. 실제로 지난해 금융권 전체에서 환수된 성과급은 고작 9,000만 원으로, 지급된 전체 성과급 1조 원의 0.01%에 불과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에도 클로백 제도 명문화를 검토했지만, 법적 분쟁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최종안에서 제외하며 한발 물러선 바 있다. 하지만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강력한 의지를 보이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이 원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성과급을 장기 이연하고, 평가 이후 손실이 발생할 경우 환수하는 시스템을 대폭 보완하고 있다"고 밝히며 제도 개선을 공식화했다. 금감원은 회사가 금융사고로 인한 손실을 먼저 배상한 뒤, 책임이 있는 임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 등이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구체적인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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