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가서 10만원 쓰면 5만원을 그냥 준다고?

 '보물섬' 경남 남해군이 관광객의 지갑을 열기 위해 파격적인 대책을 빼 들었다. 스쳐 지나가는 관광지가 아닌, 머무르며 즐기는 체류형 관광지로 거듭나기 위해 여행 경비의 절반을 돌려준다는, 그야말로 '밑지고 파는' 장사를 선언한 것이다. 다음 달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고향여행 반반남해' 사업은, 아름다운 풍광에 이끌려 남해를 찾은 관광객들이 하룻밤을 묵고 지역 상권에서 돈을 쓰도록 유도하는 강력한 미끼 전략이다. 이는 단순히 관광객 수를 늘리는 것을 넘어, 그들의 소비가 지역 소상공인에게 실질적인 소득으로 이어지게 만들어 지역 경제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남해군의 절박함과 의지가 담긴 승부수다.

 

사업의 핵심 구조는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관광객이 남해군 내의 숙박업소에서 하룻밤을 묵고, 식당, 카페, 상점 등에서 10만 원 이상을 소비하면, 지출한 금액의 50%를 남해 지역화폐인 '화전(花錢)' 상품권으로 돌려받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숙박 후 20만 원을 썼다면 10만 원을 그대로 페이백 받는 셈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몇 가지 중요한 조건이 있다. 숙박비 자체는 소비 금액에 포함되지 않으며, 유흥업소나 연 매출 30억 원을 넘는 대형 매장에서 사용한 금액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는 관광객의 지출이 대기업이 아닌, 지역의 작은 가게와 식당 등 풀뿌리 상권으로 흘러 들어가도록 설계한 영리한 장치다. 여행을 마친 관광객은 숙박 및 소비 영수증을 챙겨 지정된 지급처를 방문하면 즉시 상품권을 수령할 수 있다.

 


남해군이 이처럼 파격적인 정책을 내놓은 데에는 깊은 고민이 깔려있다. 아무리 아름다운 관광 자원을 가지고 있어도, 관광객들이 잠시 머물다 떠나버리면 지역 경제에 미치는 낙수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향여행 반반남해' 사업은 50%라는 압도적인 환급률을 통해 관광객에게 추가 소비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이렇게 지급된 지역화폐가 다시 남해군 내에서 소비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관광객에게는 여행 경비를 절약하는 실질적인 혜택을, 지역 상인에게는 새로운 매출 증대의 기회를 제공하는 '상생' 모델인 셈이다. 군은 이 사업이 단기적인 효과를 넘어, 남해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통해 재방문율을 높이는 장기적인 효과까지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결국 '고향여행 반반남해' 사업은 관광객과 지역 상권 모두가 '윈윈'하는 새로운 관광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남해군의 야심 찬 실험이다. 군 관계자는 "숙박과 소비가 자연스럽게 연계되는 체류형 관광을 활성화하고, 다시 찾고 싶은 남해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인구 감소와 지역 경제 침체라는 공통의 위기 앞에 선 전국의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남해군의 이번 도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과연 남해군의 파격적인 '반값 여행' 전략이 침체된 지역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는 성공적인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