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 한국인 최초 브로드웨이 '록시' 발탁
가수에서 뮤지컬 배우로 전향한 지 14년 만에 배우 아이비가 꿈의 무대인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한다. 23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아이비는 8월 17일부터 뉴욕 앰배서더 극장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시카고'의 주인공 록시 하트 역으로 발탁되었음을 공식 발표했다. 2012년 한국 라이선스 공연을 통해 처음 록시와 인연을 맺은 이후 약 600회 가까이 무대에 올랐던 그녀가 마침내 작품의 본고장에서 현지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뮤지컬 '시카고'는 192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살인과 부패, 쇼비즈니스의 이면을 풍자한 작품으로, 브로드웨이 역사상 두 번째로 오래 공연된 전설적인 뮤지컬이다. 아이비가 맡은 록시 하트는 내연남을 살해하고도 스타가 되기를 꿈꾸는 야망 넘치는 인물이다. 아이비는 록시의 강인하고 긍정적인 마인드가 실제 자신의 삶과 닮아 있다고 언급하며, 오랜 시간 한 캐릭터를 깊이 있게 연구해온 노력이 이번 브로드웨이 진출이라는 기적으로 이어졌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번 진출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미국 제작사 측은 4년 전부터 한국 배우의 기용 가능성을 타진해왔으며, 아이비는 2년 전 제안을 받은 직후부터 일생일대의 도전을 위해 영어 공부에 매진했다. 오디션 과정은 1년에 걸쳐 세 차례의 영상 심사로 진행되는 등 매우 까다로웠다. 1차에서는 발음, 2차에서는 악센트 지적을 받는 등 고비가 있었지만, 아이비는 매일 9명의 원어민 강사와 씨름하며 록시의 방대한 영어 독백과 넘버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미국 현지 제작진은 아이비가 보여준 헌신적인 노력과 노래, 연기, 춤을 모두 갖춘 '트리플 스렛'으로서의 재능에 찬사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영어권 특유의 은어와 풍자적 표현이 많은 대본을 익히기 위해 입시생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다는 후문이다. 아이비는 영어 대본을 깊이 파고들면서 가사 속에 숨겨진 중의적인 의미와 비틀린 유머를 새롭게 발견하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으며, 이는 무대 위에서 더욱 입체적인 연기를 선보이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아이비의 이번 성과는 신시컴퍼니 박명성 대표의 안목과 지원이 뒷받침된 결과이기도 하다. 2010년 가수로 활동하던 아이비의 잠재력을 알아본 박 대표는 그녀를 조연부터 차근차근 훈련시키며 뮤지컬 배우로서의 뿌리를 내리게 도왔다. 박 대표는 아이비의 열정과 모험 정신이 브로드웨이로 가는 다리를 놓았다고 평가하며, 대한민국 뮤지컬 배우를 대표해 나가는 그녀의 도전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공연을 두 달 앞둔 아이비는 밤마다 무대를 상상하면 숨이 막힐 정도의 중압감을 느낀다고 고백하면서도, 이번 도전이 많은 이들에게 꿈과 용기를 주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했다. 완벽한 영어가 아니더라도, 스타가 아니더라도 진심을 다해 노력하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증명해 보이고 싶다는 의지다. 8월 17일부터 9월 6일까지 이어질 뉴욕 공연에서 아이비가 선보일 한국형 록시 하트가 브로드웨이 관객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 전 세계 뮤지컬 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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