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검사 수치보다 중요한 '이것', 난치병 반려견 살렸다

 반려동물의 난치성 장 질환 치료에 있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임상 결과가 공개됐다. 경기동물의료원은 만성 염증성 장병증(CIE)과 단백소실성 장병증(PLE)이 복합적으로 발병한 반려견의 치료 사례를 통해, 성공적인 관리의 핵심이 단순히 혈액 수치를 정상화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실제 임상 증상에 기반한 정밀한 식이 조절에 있음을 입증했다. 이는 약물에만 의존하던 기존 치료 방식에 경종을 울리고, 근본적인 해결책으로서 '식이 요법'의 중요성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사례의 환견은 장 점막의 만성 염증으로 소화 흡수 기능이 망가지는 만성염증성장병증과, 이로 인해 체내 핵심 단백질인 알부민이 장을 통해 빠져나가는 단백소실성장병증을 동시에 앓고 있었다. 이미 다른 병원에서 항생제 치료를 받았음에도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고, 복수가 차오르는 등 생명이 위급한 상태로 내원했다. 정밀 검사 결과, 만성 장염과 함께 림프관이 비정상적으로 확장되어 단백질 누출을 유발하는 '림프관 확장증'이 확인됐다. 이는 치료가 매우 까다로운 최악의 조합이었다.

 


치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초기에는 스테로이드와 면역억제제 등 강력한 약물을 투여했지만, 약물 용량을 줄이는 과정에서 알부민 수치가 다시 떨어지는 등 정체기를 맞았다. 통상적인 수의 임상 현장이라면 약물 용량을 다시 늘리거나 더 강한 약물을 추가하는 선택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의료진은 다른 길을 택했다. 혈액 검사지에 찍히는 알부민 수치 0.1의 미미한 변화에 일희일비하기보다, 반려견의 실제 기력과 체중 변화, 그리고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분변의 상태를 개선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러한 관점의 전환은 '식이 요법'의 근본적인 혁신으로 이어졌다. 의료진은 기존에 급여하던 처방 사료에 포함된 극미량의 지방조차 염증을 자극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판단, '초저지방 홈메이드 식단'을 직접 설계하여 적용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보호자와 긴밀하게 협력하며 환견의 섭취량과 소화 상태를 매일같이 미세하게 조절하는 인내의 과정이 시작됐다. 그 결과, 고질적인 설사 증상이 눈에 띄게 완화되었고, 줄어들기만 하던 체중이 안정적으로 회복되는 극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는 약물 증량 없이 오직 정밀한 식이 관리만으로 난치병을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중요한 사례로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