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도 소용없던 '과민성 대장 증후군', 식단 딱 하나 바꿨더니…'6주 만에 기적'

 만성적인 복통과 배변 장애로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IBS). 국내 인구의 약 10~15%가 경험할 정도로 흔한 이 질환은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치료'보다는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그동안 의료계는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이나 카페인, 알코올 섭취를 줄이는 전통적인 식이요법(TDA)을 주요 관리법으로 권장해왔다. 하지만 단순히 특정 음식을 피하는 소극적 관리를 넘어, 식단 전체의 질적 패턴을 개선하는 새로운 접근법이 IBS 관리의 효과적인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무엇을 먹지 말아야 하는가'에서 '어떻게 잘 먹을 것인가'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영국 셰필드대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내과학 회보'에 발표한 연구 결과는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에 중요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다. 연구팀은 IBS 환자 139명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6주간 식단에 따른 증상 변화를 추적 관찰했다. 한 그룹(68명)은 신선한 채소와 통곡물, 해산물 위주의 지중해식 식단(MD)을, 다른 그룹(71명)은 기존의 전통적 식이요법(TDA)을 따르도록 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지중해식 식단을 따른 그룹은 62%가 증상 개선 효과를 본 반면, 전통적 식이요법 그룹의 개선율은 42%에 그쳤다. 약 1.5배에 달하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확인된 것이다. 6주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식단의 질적 변화만으로 장내 환경이 빠르게 반응하고 개선될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지중해식 식단이 이처럼 높은 개선 효과를 보이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전문가들은 지중해식 식단에 풍부한 섬유질과 올리브오일 등에 다량 함유된 항염 작용의 불포화지방산이 장내 미생물 생태계의 균형을 회복시키고, 장의 만성적인 염증 반응을 완화시키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분석한다. 이는 단순히 장 건강 개선에 그치지 않는다. 가공식품을 최소화하고 신선한 자연 식재료 중심의 식습관은 대사질환 예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스트레스와 밀접하게 연결된 IBS의 특성상 균형 잡힌 식단이 주는 신체적 회복은 심리적 안정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결국 몸과 마음은 분리될 수 없으며, 건강한 식단이 신체와 정신 모두에 긍정적인 선순환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민성 대장 증후군 관리를 위한 지중해식 식단은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 핵심은 '덜 가공된 신선한 식재료'와 '균형 잡힌 지방 섭취'에 있다. 매일 충분한 양의 채소, 과일, 통곡물, 견과류를 섭취하고, 일주일에 2~3회는 생선과 해산물을 식단에 포함시키는 것이 기본이다. 반대로 붉은 고기와 가공육 섭취는 최소화하고, 포화지방 대신 올리브오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이는 단순히 특정 음식을 먹는 행위를 넘어, 식습관 전반을 건강하게 재구성하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가깝다. 복잡한 약물 치료에 앞서, 식탁의 혁신만으로도 지긋지긋한 복통과 불편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는 많은 IBS 환자들에게 새로운 해답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