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함 풀렸다” 故 오경무씨, 간첩 누명 58년 만에 벗어

 1960년대 반공법 위반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고 처형된 고(故) 오경무 씨가 58년 만에 재심을 통해 무죄를 확정받았다. 2025년 6월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오경무 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오 씨는 1967년 반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후 58년 만에 무죄를 인정받게 됐다.

 

오경무 씨와 동생 오경대 씨는 1966년 당시 제주도에 거주하며 북한에 있던 이복형 오경지 씨의 권유로 북한으로 밀입국했다가 다시 탈출해 귀국했다. 그러나 귀국 직후 국가보안법 및 반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오 씨는 사형, 동생은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오경무 씨의 여동생 오정심 씨도 오빠의 간첩 행위를 도운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오경대 씨는 앞서 2020년 재심을 통해 무죄가 확정된 바 있으며, 이번 재심은 오경무 씨와 여동생 오정심 씨에게도 무죄 판결을 내린 1심과 2심 판결을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재심 1심 재판부는 오경무 씨와 오정심 씨 모두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며 “피고인들에 대한 조사가 적법하지 않았고, 강압에 의한 자백이 포함된 진술조서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가족의 정에 이끌려 벌어진 사건이며, 당시 시대 상황과 인권 침해에 대해 깊은 위로의 말을 전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 역시 “오경무 씨가 북한에 갔다가 돌아온 행위는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는 간첩 행위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특히 “오경무 씨는 오랜 기간 떨어져 지내던 친아들을 걱정하는 어머니를 위해 형과 만나려 했을 뿐, 북한을 이롭게 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최종적으로 대법원은 “원심의 심리가 적법하며 법리를 오해한 점이 없고, 피고인의 자유심증주의 원칙을 위반하지 않았다”며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이번 사건은 ‘제주 간첩 조작 사건’으로 불리며, 1960년대 냉전 시대의 정치적 탄압과 인권 침해를 상징하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당시 정부는 반공법과 국가보안법을 근거로 무리한 수사와 재판을 통해 많은 무고한 시민들을 간첩으로 몰아 처벌했다. 이 과정에서 불법 체포, 고문과 같은 인권 침해가 자행됐고, 진실이 왜곡된 채 억울한 희생자들이 발생했다.

 

오경무 씨 사건도 그러한 역사적 배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번 재심 판결은 과거 권력에 의해 왜곡된 진실을 바로잡고 피해자의 명예를 회복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당시 사건의 조작 가능성을 인정하고, 인권과 적법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경무 씨의 여동생 오정심 씨에 대해서도 무죄가 선고되면서, 가족 전체가 부당한 누명을 쓴 사실이 공식적으로 인정됐다. 검찰은 1심에서 특수잠입·탈출 혐의에 대해 무죄가 나오자 예비적 공소사실로 일반잠입·탈출 혐의를 추가했으나, 이는 증명되지 않아 역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번 대법원의 무죄 확정은 과거 반공법과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들에 대한 재심과 무죄 선고의 흐름 속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58년 만에 진실이 밝혀진 오경무 씨 사건은 법적 정의뿐 아니라 역사적 정의 실현에도 기여하는 의미 있는 판결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