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지자들마저 '전쟁 반대'... 미국 대통령, 고립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대다수가 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 상황에 미군이 개입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과반수가 군사적 개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주목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이 18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18세 이상 미국 시민 1,5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에 미군이 개입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60%가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반면 찬성 의견은 16%에 그쳤다.

 

정치적 성향별로 분석한 결과,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한 지지자들 중 53%가 미군 개입에 반대했으며, 찬성은 19%에 불과했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응답자들 사이에서는 반대 비율이 더 높아 71%가 미군 개입에 반대했고, 찬성은 10%에 그쳤다.

 

이번 조사에서는 미국이 이란과 핵협상에 나서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도 포함됐다. 전체 응답자의 56%가 핵협상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18%만이 반대 의견을 보였다. 이 질문에 대해서도 정치적 성향에 따른 차이가 드러났는데, 트럼프 지지자의 63%가 이란과의 핵협상을 지지했고, 18%가 반대했다. 민주당 지지자들 중에서는 65%가 핵협상에 찬성했으며, 16%가 반대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의뢰로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YouGov)가 실시했으며, 표본오차는 ±3.3%포인트다.

 

한편, 미국 정치권 내에서도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미국이 참여하는 것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화당 소속 토머스 매시 연방하원의원은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이란 공격 전에 의회의 승인을 의무화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의회의 동의 없이 이란에 대한 군사 행동에 나설 가능성에 제동을 걸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 내에서 해외 군사 개입에 대한 피로감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자 모두 중동 분쟁에 미국의 직접적인 군사 개입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초당적 합의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여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캠페인 기간 동안 "끝없는 전쟁"에서 미국을 철수시키겠다고 약속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미국 유권자들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의 장기 전쟁 경험 후 새로운 해외 군사 개입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향후 미국의 중동 정책 결정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