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약국 앞 韓 관광객 몰린다

 일본 여행의 새 목적지가 관광지가 아닌 병원이 되고 있다. 비만치료제 ‘마운자로’를 국내보다 훨씬 싼 가격에 처방받을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다. 온라인에선 일본에서 사 온 마운자로를 초밥에 빗대 ‘스시자로’라고 부른다. 하지만 국내 허가 절차 없이 들여오면 불법 반입에 해당해 세관 단속 대상이 된다.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인 사이에서 일본 내 마운자로 구매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마운자로와 위고비 등 비만치료제 불법 반입 적발은 지난해 4건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8월까지 5030건으로 늘었다. 통관이 보류된 물품의 출발지는 일본이 63.3%로 가장 많았다. 중국발은 21.8%였다.

 

‘원정 처방’의 배경은 단순하다. 가격이 다르다. 마운자로 최저 용량 2.5㎎ 한 달분은 일본에서 약 1만엔, 한화로 8만5000원 수준이다. 국내에선 28만~35만원가량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지난 8월 약값을 25% 내리면서 차이는 더 커졌다. 일부 소비자들이 항공권과 숙박비까지 계산해도 일본이 싸다고 판단하는 이유다.

 

SNS는 이런 흐름에 기름을 붓고 있다. 저렴하게 처방받을 수 있는 일본 병원 정보가 ‘성지’라는 이름으로 공유되고, 진료 예약 방법과 통관 경험담까지 올라온다. 마운자로가 다이어트 성공담과 결합하면서 여행·쇼핑·의료 소비가 뒤섞인 새로운 유행처럼 번지는 모습이다.

 

그러나 해외 병원에서 의사가 처방했다고 해서 국내 반입이 자동으로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의약품을 국내로 들여오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 등 절차가 필요하다. 이를 거치지 않고 개인 휴대품으로 가져오면 불법이다. 관세청은 공항 검사 강도를 높이고 있지만, 일본 여행객이 많은 데다 구매 방식이 다양해 단속이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에서 마운자로가 비싼 이유는 건강보험 적용 여부와 맞물려 있다. 비만 치료 목적 사용은 비급여 항목으로 분류돼 병원이 가격을 정한다. 수요가 많고 미용 목적 처방까지 겹치면서 가격이 높게 형성되기 쉽다. 반면 일본은 약가 인하로 소비자 체감 가격이 낮아졌다.

 

마운자로 수요는 국내에서도 이미 폭발적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국내 처방 건수는 150만건을 넘었다. 20~30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10대 처방도 증가세다.

 

문제는 치료제가 ‘살 빼는 지름길’처럼 소비된다는 점이다. 마운자로는 체질량지수(BMI) 27 이상 비만 환자나 2형 당뇨병 환자 치료에 쓰이는 전문의약품이다. 의학적 관리 없이 사용하는 약이 아니다. 그런데 온라인에선 정상체중자나 저체중에 가까운 사람들까지 효과 후기를 공유하며 관심을 보인다.

 

마른 몸을 선망하는 사회 분위기도 수요를 키운다. 질병관리청 조사에서 성인의 68.5%는 체중을 줄이거나 유지하려 한다고 답했다. 특히 19~29세 여성 중 저체중자의 16.2%도 다이어트를 하고 있었고, 정상체중 여성의 절반 이상도 체중 조절 중이었다. 온라인에서는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몸을 뜻하는 신조어까지 확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작용 위험을 경고한다. 마운자로 등 비만치료제는 저혈당, 급성 췌장염, 골다공증 등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해외에서 산 약은 보관·유통 상태를 확인하기 어렵고, 귀국 뒤 부작용이 생겼을 때 지속적인 진료 관리도 어렵다. 단순히 가격만 보고 선택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일본 내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한국인 구매가 늘면 실제 치료가 필요한 일본 환자들이 약을 구하기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닛케이는 일본 후생노동성이 마운자로의 적정 사용을 당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시자로’ 열풍은 값싼 해외 구매담을 넘어 의약품 안전과 다이어트 문화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가격 차이가 원정 처방을 부추기고, SNS가 수요를 증폭시키며, 단속은 뒤쫓는 구조다. 치료제와 미용 소비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는 가운데 무분별한 사용을 막을 제도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