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금 보유국 이탈리아, '금은 곧 국가' 철학의 승리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중앙은행은 현재 2452t에 달하는 금을 보유한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8133t), 독일 분데스방크(3351t)에 이어 세계 3위에 해당하는 막대한 물량이다. 이탈리아 은행이 보유한 금은 현 시세로 약 3000억 달러(약 425조 원) 가치이며, 이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13%에 달하는 규모이다. 로마의 이탈리아은행 본관 지하 금고에는 약 1100t의 금이 보관되어 있으며, 비슷한 양이 미국과 영국, 스위스에도 분산 보관되어 있다. 로이터는 이러한 금 보유량이 "수십 년에 걸친 꾸준한 보호와 거듭된 위기 속에서도 매각 요구를 거부해온 뚝심의 결과"라고 평가한다.
일각에서는 3조 5000억 유로(약 5790조 원)에 달하는 국가채무 감축을 위해 금을 매각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금괴를 매각하여 필수 공공 서비스 비용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이탈리아은행은 이러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단호하게 매각 의사가 없음을 밝힌다. 금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자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안전 자산으로서, 국가의 독립성과 신뢰를 상징하는 중요한 자산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금에 대한 각별한 애정은 고대 에트루리아 문명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금은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으며, 이러한 기류는 근대까지 이어진다. 2차 세계대전 중에는 아돌프 히틀러의 나치 독일에 의해 120t의 금을 압류당하며 보유량이 20t까지 급감하는 비극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전후 '경제 기적' 시기에 이탈리아가 수출 주도 경제로 성장하면서 달러화 유입이 늘었고, 이 중 일부를 금으로 전환하며 1960년까지 1400t으로 보유량을 회복하는 저력을 보여준다.
이탈리아는 영국, 스페인 등 금융 위기 시 금을 매각했던 다른 유럽 국가들과는 확연히 다른 길을 걸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국가 부도 위기가 고조되었을 때도 금을 단 한 푼도 팔지 않는 뚝심을 보인다. 살바토레 로시 전 이탈리아은행 부총재는 2018년 자신의 저서 '오로(Oro·금)'에서 금을 "마치 집안의 은 식기, 할아버지의 귀한 시계 같다. 국가에 대한 국제적 신뢰가 흔들릴 때 어떤 위기에서든 마지막 수단으로 남겨두는 것"이라 비유하며 그 상징적 가치를 강조한다.
이처럼 이탈리아는 금을 단순한 경제적 자산을 넘어, 국가의 역사와 정체성, 위기 시 최후의 보루가 되어주는 '황금 방패'로 여기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 가치를 굳건히 지켜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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