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왜 그랬나"…'최고의 친구'라 믿었던 트럼프, 전화기 붙들고 격노한 이유

겉으로는 철통 같던 미국과 이스라엘의 동맹 관계에 미묘한 균열음이 새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독단적인 군사 행동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한 불만을 표출하며, 양국 정상 간의 신뢰에 금이 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 복수의 미국 행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카타르의 수도 도하를 기습 공격한 일이다. 이 공격은 하마스의 정치 지도부를 겨냥한 것이었으나, 미국과 어떠한 사전 협의도 없이 감행되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공격 직후 네타냐후 총리와 두 차례에 걸쳐 전화 통화를 했으며, 첫 통화에서부터 격노에 가까운 불만을 터뜨린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명하지 못한 공격"이었다고 직격탄을 날리며, 특히 "동맹국인 카타르의 영토가 공격받았다는 사실을 이스라엘이 아닌 미군으로부터 보고받게 된 상황"에 대해 극도의 분노를 표출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는 미국의 중동 전략에 있어 중요한 파트너인 카타르와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무모한 행동이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패싱'한 것에 대한 개인적인 모욕감까지 느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네타냐후 총리는 "공격을 개시할 수 있는 짧은 기회의 창이 열렸고, 그 기회를 잡았을 뿐"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첫 통화의 냉랭한 분위기와 달리, 이어진 두 번째 통화는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의 성공 여부를 묻자, 네타냐후 총리는 "모른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피습 직후 하마스는 지도부는 무사하며 하급 요원 6명만이 사망했다고 발표해, 이스라엘의 기습 공격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었는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백악관의 한 고위 관계자는 WSJ에 "이스라엘의 열렬한 지지자인 트럼프 대통령조차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의 중재 노력이나 큰 그림의 전략과 충돌하는 공격적인 행동을 사전 협의 없이 반복하며 미국을 국제적으로 곤란한 처지에 빠뜨리고 있다는 불만이 팽배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네타냐후 총리의 '마이웨이'식 군사 행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협상 중재에 공을 들이고 있던 민감한 시기에 네타냐후 총리는 돌연 이란 공습 계획을 통보했고, 몇 시간 만에 공격을 감행해 협상판을 뒤엎어버린 전례가 있다. 당시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크게 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최근 몇 달간 트럼프 대통령과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는 사석에서 "네타냐후가 경고도 없이 우리를 곤란하게 만든다"는 불평을 공공연히 해왔다고 관계자들은 밝혔다.

 

워싱턴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모나 야쿠비안 중동프로그램 책임자는 이러한 상황이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에서 보여준 변덕스러운 접근 방식이 이스라엘에 마음대로 행동할 여지를 준 측면도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네타냐후의 행동은) 트럼프의 평화 의제를 명백히 훼손한다"고 꼬집었다.

 

재임 기간 중 중동 갈등 종식과 노벨 평화상 수상을 최대 과업으로 삼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과 네타냐후 총리의 강경 일변도 노선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공격 직후 "이 불행한 사건이 평화를 위한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관계 파탄을 막고 상황을 수습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측근들은 그가 최소한 가자지구 폭격 축소를 원하며 "공격 영상이 이스라엘의 국제적 이미지를 손상시킨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갈등 속에서도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면충돌은 피하면서 우호 관계를 유지하려는 줄타기 외교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딴 해변 산책로 초석 놓기 행사에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이스라엘이 가진 최고의 친구"라고 치켜세우는 등 양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