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콜라 취향'이 바꾼 코카콜라 맛, 매출은 '울상'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남다른 '콜라 마니아' 면모가 결국 코카콜라의 제품 정책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나는 진짜 케인 슈가를 미국 내 코카콜라에 사용하는 문제에 대해 코카콜라사와 논의해왔다"며 "그들은 그렇게 하기로 동의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는 트럼프의 개인적 선호가 글로벌 기업의 제품 생산에 반영된 이례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평소 술과 담배를 전혀 하지 않는 대신, 다이어트 콜라를 즐겨 마시는 것으로 유명하다. 심지어 백악관 집무실 책상에 '콜라 버튼'을 설치해 비서관에게 콜라를 가져오도록 지시할 정도로 콜라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지난 1기 집권 당시부터 이어져 온 이 '콜라 버튼'은 그의 상징적인 이미지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그가 요구한 '케인 슈가(cane sugar)'는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설탕으로, 미국에서 주로 사용되는 고과당 옥수수 시럽(HFCS)과 달리 전통적인 설탕 맛을 선호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트럼프의 이러한 요청은 코카콜라가 미국 시장에서 특정 소비자층의 기호를 반영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콜라 사랑이 코카콜라 매출에 항상 긍정적인 영향만을 미친 것은 아니었다. 그의 강경한 정책과 발언에 대한 반감이 오히려 코카콜라 불매 운동으로 번지며 글로벌 시장에서 상당한 타격을 입히는 역설적인 상황도 발생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덴마크다. 2019년 트럼프 대통령이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미국 영토로 편입하겠다고 위협하자 덴마크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코카콜라를 비롯한 미국 브랜드 불매 운동이 거세게 일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덴마크와의 동맹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면서 이러한 반미 정서는 더욱 고조되었고, 불매 운동은 재점화됐다. 덴마크 국민들은 미국산 탄산음료 대신 자국산 제품을 선택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덴마크의 '졸리콜라'는 지난 3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3배나 급증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멕시코에서도 트럼프 발 무역 전쟁과 강경한 이민 정책으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이 코카콜라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멕시코에 본사를 둔 코카콜라 병입 업체인 코카콜라 펨사(FEMSA)는 "경제 활동 둔화와 소비자 심리에 영향을 미친 지정학적 긴장 등으로 1분기 멕시코 내 판매량이 5.4% 감소했다"고 공식 발표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기업 실적에 미친 부정적 영향을 시사했다.

 

이러한 반트럼프 정서에 따른 코카콜라 보이콧 현상은 미국 내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자 추방을 최대 업적으로 내세우며 연일 강경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코카콜라가 불법 이민자를 신고했다는 내용의 AI(인공지능) 생성 영상이 유포되면서 미국 내 히스패닉계 소비자들의 대규모 코카콜라 보이콧이 촉발됐다. 제임스 퀸시 코카콜라 CEO는 해당 영상이 "완전한 거짓"이라고 강력히 해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에는 영향이 있었다"고 인정하며 AI가 생성한 가짜뉴스와 정치적 양극화가 기업에 미치는 파급력을 여실히 보여줬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개인적인 기호로 코카콜라의 제품 성분 변화를 이끌어내는 영향력을 보여주었지만, 동시에 그의 정치적 행보가 글로벌 소비자들의 반감을 사 코카콜라의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양면성을 드러냈다. 이는 정치적 인물의 개인적 선호와 정책적 결정이 글로벌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와 매출에 얼마나 복합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