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보호' 가면 쓴 성차별… 유럽 뒤흔든 '핑크색 주차장'의 진실

호세 안토니오 디에스 레온 시장은 이번 조치가 "젠더 관점에서 접근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성들이 더 넓고, 조명이 밝으며, 인도와 가까운 곳에 주차할 수 있게 함으로써 잠재적인 폭행 위험을 피하자는 취지"라며, 이미 유럽 다른 도시에서도 시행 중인 사례임을 덧붙였다. 실제로 레온시가 마련한 여성 전용 주차 공간에는 분홍색으로 치마를 입은 여성 이미지가 그려져 있어, 멀리서도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의 의도와는 달리,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스페인 뉴스 프로그램 쿠아트로에 출연한 여성들은 "성차별적인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 여성은 "여성이 남성보다 운전 실력이 떨어져 별도 주차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완전히 남성 중심적 사고"라고 지적하며, 여성을 보호한다는 명분 뒤에 숨겨진 차별적 시선을 꼬집었다. 정책 시행 일주일 만에 분홍색 여성 이미지에 남성 성기가 그려지는 등 훼손 사례가 발생했다는 현지 지역 매체의 보도는, 이 정책이 사회적 합의를 얻지 못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남성들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시민은 "스페인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성별에 따른 어떠한 차별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시의 정책이 헌법적 가치에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특히 레온시가 조례로 여성 전용 주차 구역에 주차한 남성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점에 대해서는 "조례가 헌법을 무시하고 남성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수는 없다"는 법적 반론이 제기되면서, 이 논란은 단순한 의견 대립을 넘어 법적 공방으로 번질 가능성까지 품게 되었다.

프랑스의 사례는 레온시의 정책이 겪는 진통이 비단 스페인만의 문제가 아님을 시사한다. 프랑스 동부 메츠시는 지난해 주차장 내 성폭행 사건 발생 이후, 여성이 주차장을 가로지를 필요가 없도록 출입구와 가까운 곳에 여성 전용 주차 공간을 마련했다. 그러나 프랑스블뢰에 따르면, 메츠시의 이 조치 역시 여성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많은 여성은 여성 전용 주차 공간보다는 감시 카메라 증설이나 경비 인력 확충 등 실질적인 범죄 예방 대책이 더 효과적이라고 지적하며, 보여주기식 정책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레온시의 여성 전용 주차 구역 정책은 안전과 평등이라는 두 가지 중요한 가치가 충돌할 때 사회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과연 특정 성별을 위한 분리된 공간이 진정한 안전을 보장하는 최선의 방법일까, 아니면 오히려 성별 간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차별을 고착화하는 결과를 초래할까. 이 논쟁은 단순히 주차 공간의 문제를 넘어, 현대 사회가 지향해야 할 성평등의 가치와 안전 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심도 깊은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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