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 벗으라고요?"… 일본 학교 검진 인권 논란
일본 교육계가 매년 실시하는 학생 건강검진 현장에서 여학생들의 상반신 탈의와 속옷 착용 금지 관행을 둘러싸고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일본 정부가 학생들의 사생활 보호를 강화하라는 지침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구체적인 시행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특히 사춘기 학생들에게 가해지는 신체 노출 압박이 정서적 트라우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정확한 의료 진단과 학생 인권 보호라는 두 가치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이다.정부 차원의 대응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지난 2024년 전국 교육위원회에 건강검진 시 체육복이나 수건 등으로 신체를 가릴 수 있도록 배려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정확한 진단에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라는 모호한 단서 조항이 발목을 잡았다. 세부적인 판단을 개별 학교와 의사의 재량에 맡기면서, 어떤 학교는 옷을 입고 검진을 진행하는 반면 어떤 학교는 여전히 전면 탈의를 요구하는 등 지역별·학교별 편차가 극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현장의 혼란은 고스란히 학생들의 수치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와사키시의 한 초등학생은 사전 안내와 달리 현장에서 속옷까지 벗으라는 요구를 받고 큰 충격을 받아 이후 학교 검진을 거부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일부 학교에서는 검진 대기 중인 여학생들이 속옷을 미리 벗어 주머니에 넣고 기다려야 하는 비인격적인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에 따르면 대다수의 학교가 의복 착용 검진을 시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관행을 고수하는 학교들이 남아 있어 마찰이 끊이지 않는다.
반면 의료계는 진단의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소한의 노출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두꺼운 옷이나 와이어가 포함된 속옷은 청진기를 통한 미세한 심장 소리 포착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청소년기에 흔히 발생하는 척추측만증 등 골격 이상을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이유에서다. 의사들은 질병의 조기 발견이라는 검진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의학적 판단에 근거한 신체 확인이 필요하며, 이를 단순히 구시대적 관행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항변한다.

사태가 악화되자 문부과학성은 무조건적인 허용이나 금지보다는 학교와 의료진, 학부모 간의 사전 소통을 강조하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의복 착용이 검사에 직접적인 지장을 줄 경우에는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그러나 교육 전문가들은 이러한 모호한 태도가 현장의 갈등을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신체 변화에 민감한 청소년기에 겪는 수치심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의료 기관 방문을 기피하게 만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일본 일부 지역에서는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검진 전용 가림막을 설치하거나, 청진기 사용에 방해가 되지 않는 특수 검진복을 제작해 배포하는 등 대안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또한 여학생 검진 시 여성 의사를 우선 배치하는 등 학생들의 심리적 불안을 낮추기 위한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 정부가 현장의 혼란을 잠재울 수 있는 더욱 정밀하고 표준화된 검진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을지가 향후 인권 보호와 공중보건 확보의 성패를 가를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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