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셀가 폭락 '라부부', 양배추·비니 베이비 전철 밟나?

라부부 열풍의 종식은 리셀 가격의 급락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중국 리셀 플랫폼 '첸다오'에서 팝마트의 신작 '미니 라부부' 14종 한 세트 평균 가격은 1594위안(약 30만원)으로, 출시 2주 전 최고가 대비 24%나 떨어졌다. 정식 판매가(1106위안·약 22만원)보다는 높지만, 한때 수백만원을 호가하며 '프리미엄'을 자랑하던 시절과는 격세지감이다.
홍콩 작가 룽카싱이 북유럽 신화를 모티브로 2015년 창작한 라부부는 팝마트가 2019년부터 '블라인드 박스' 형태로 판매하며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1.39%에 불과한 특별판의 '뽑기' 전략은 수집가들의 사행심과 소장 욕구를 자극했고, 블랙핑크 리사를 비롯한 리한나, 두아 리파 등 글로벌 유명인들의 착용은 인기에 기름을 부었다. 희귀 라부부는 2차 시장에서 정가의 수백 배에 달하는 1만 달러(약 1380만원) 이상에 거래되기도 했으며, 지난 6월 베이징 경매에서는 단 하나뿐인 131cm 라부부 초기 모델이 15만 달러(약 2억원)에 낙찰되는 등 광풍을 증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팝마트가 라부부의 성공에 도취되어 '라부부 3.0 시리즈', '미니 라부부 시리즈' 등 신작을 연이어 쏟아내며 수백만 점의 물량을 시장에 공급한 것이 독이 되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를 '장난감 버전 튤립 버블'이라 칭하며 과잉 공급으로 인한 희소성 상실을 경고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품질 논란과 위조품 문제까지 불거지며 소비자들의 외면은 가속화됐다. 팔·다리 비대칭, 머리 각도 불균형, 봉제 불량 등 완성도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고, '라푸푸(Lafufu)'라는 이름의 가짜 라부부까지 기승을 부렸다. 지난달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시애틀 타코마 국제공항에서 한국발 화물로 위장한 51만 달러(약 7억원) 규모의 가짜 라부부 인형 1만1134개를 압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희소성 프리미엄이 사라지고, 품질과 진품 논란까지 겹치자 라부부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는 급격히 식어버렸다.

금융서비스기업 모닝스타는 "대규모 재입고와 일부 시리즈에 대한 수요 감소가 라부부 2차 시장 가격 하락의 주요 원인"이라며, "신제품 품질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 증가는 팝마트 경영진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시장의 우려는 팝마트의 주가에도 반영되어, 이달 8일 홍콩 증시에서 팝마트 주가는 하루 만에 8.9% 급락하며 최근 5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라부부의 사례는 1980년대 '양배추 인형'과 1990년대 '비니 베이비' 광풍을 떠올리게 한다. 이들 인형 또한 한정판 전략으로 희소성을 부각하며 투기적 열풍을 일으켰지만, 결국 공급 과잉과 유행의 변화로 거품이 꺼지며 시장에서 외면당했다. 양배추 인형은 제조사 콜레코를 파산으로 몰고 갔고, 비니 베이비는 '창고 속 비니 베이비'라는 오명을 남기며 리셀 시장에서 가격이 폭락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팝마트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라부부의 뒤를 이을 주력 상품으로 '크라이베이비' 시리즈를 내세운 것. "울어도 괜찮다"는 부제를 단 이 시리즈는 큰 눈물을 흘리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주목받으며, 최근 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49% 급증한 12억2000만 위안(약 2300억원)을 기록, 팝마트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팝마트 미주 IP 라이선싱 책임자 에밀리 브로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크라이베이비의 메시지는 현 시대와 매우 관련이 깊고, 사람들이 공감하는 부분"이라며, "모든 IP에는 보편적 주제와 이야기가 있으며, 사람들이 스토리에 끌려 충성도를 보인다"고 강조했다. 라부부의 사례는 단기적인 희소성 마케팅을 넘어, 진정성 있는 스토리와 지속적인 품질 관리가 IP의 장기적인 성공에 필수적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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