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김밥에 '꽁다리'가 없는 이유는?

 편의점 김밥이 직장인들의 한 끼 식사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과거 내용물 부실로 외면받던 편의점 김밥은 이제 높은 퀄리티와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간편식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물가 상승으로 외식비가 부담스러운 요즘, 다양한 종류의 편의점 김밥은 경제적인 한 끼 해결사로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일반 김밥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꽁다리'가 편의점 김밥에는 없다는 사실, 알고 있는가? 김밥의 양 끝부분인 꽁다리는 밥은 적게 들어가고 야채가 많이 들어가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다. 이 꽁다리가 편의점 김밥에서 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취재 결과, 편의점 김밥은 일반 김밥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제조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편의점 김밥은 우리가 알고 있는 정사각형 김이 아닌, 두루마리 휴지처럼 길다란 '롤링 김'으로 만들어진다. 이 직사각형 김을 컨베이어 벨트에 깔고 밥과 속재료를 올린 후, 자동화 기계를 통해 한꺼번에 말아 올리는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하나의 긴 김으로 400~500개 수준의 김밥을 제조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김밥은 포장지 규격에 맞게 잘리고, 참기름을 바른 후 커팅 기계를 거쳐 조각으로 나누어진다. 마지막으로 작업자가 직접 포장 작업을 마치면 우리가 편의점에서 볼 수 있는 김밥이 완성된다.

 

그렇다면 의문이 생긴다. 수백 개의 김밥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처음'과 '끝'은 있을 텐데, 왜 편의점 김밥에는 꽁다리가 없을까? 그 비밀은 바로 제조 과정에 있었다.

 


식품 제조업체 관계자는 "갓 만든 김밥을 '통김밥'으로 자르는 과정에서 양쪽 꽁다리를 모두 폐기 처분한다"고 밝혔다. 이유는 상품성 때문이다. 다른 단면들과 달리 꽁다리는 모양이 들쭉날쭉하고 내용물이 쉽게 노출돼 변색이나 변질될 우려가 있다. 높은 상품성과 '먹기 좋고 깔끔한 김밥'을 만들기 위해 꽁다리를 과감히 버리는 것이다.

 

이는 우리의 일상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다. 소풍을 위해 도시락에 김밥을 쌀 때도 미관상 꽁다리를 넣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가정에서도 풀려버린 꽁다리나 옆구리가 터진 김밥은 주로 어른들이, 예쁜 김밥은 아이들의 도시락에 담기는 경우가 많다.

 

식품마케팅 전문가는 "김밥 꽁다리는 한 줄에 두 조각밖에 나오지 않을 만큼 희소성이 있지만, 호불호가 분명 존재한다"며 "꽁다리가 없어서 김밥을 안 먹는 사람보다는 '있어서 안 먹는 사람'이 더 많은 현실에서, 편의점 김밥은 차라리 꽁다리를 없애는 것이 여러모로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는 속담처럼, 편의점 김밥은 균일한 모양과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꽁다리를 과감히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량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의 품질 유지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 셈이다.

 

한편,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올해 김밥 판매량은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상승 속에서도 3,000원대의 가격을 유지하며 직장인들의 한 끼 식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편의점 김밥. 꽁다리 없이도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