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경제력 + K-드라마 = 한일 결혼 대세!

 최근 2년 사이 한국인 남성과 일본인 여성 간의 결혼이 두 배 가까이 급증하며 국제결혼의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이는 높아진 한국의 경제력과 전 세계를 휩쓴 한류 열풍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인 남성과 일본인 여성의 혼인 건수는 1,17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대비 336건, 그리고 2022년(599건)과 비교하면 무려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반면, 한국인 여성과 일본인 남성 간의 혼인은 147건에 그쳐 10년 전의 5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이러한 추세는 비단 일본 여성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인 남성이 주요 7개국(G7) 여성과 결혼하는 사례도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미국(2022년 600건→2024년 628건), 영국(2022년 60건→2024년 92건), 호주(2022년 64건→2024년 87건), 프랑스(2022년 51건→2024년 75건) 등 주요 선진국 여성들과의 혼인 건수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과 2024년을 비교하며, 한국이 중국, 필리핀,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 출신 배우자와의 결혼은 감소한 반면, 일본인과의 결혼은 13%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1970~80년대 일본의 경제력 우위와 농촌 일손 부족으로 한국인 여성이 일본인 남성과 결혼해 일본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았고, 80~90년대에는 통일교 합동결혼으로 일본인 여성이 한국으로 이주하는 사례가 늘었음을 상기시켰다. 이는 과거와 현재의 국제결혼 양상이 확연히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에는 한국의 급성장한 경제력이 자리한다. 일본은 1990년대 초 버블경제 붕괴 이후 '잃어버린 30년'이라 불리는 장기 침체에 빠진 반면, 한국은 수출 중심의 산업화와 정보통신 기술 확산을 기반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왔다. 그 결과, 양국 간 소득 역전 현상이 나타났으며, 한국은 과거 추격자에서 이제는 일본과 대등한 경제적 위치를 확보하게 되었다. 실제로 1990년대 일본의 3분의 1 수준이었던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지난해 일본을 넘어섰고,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 또한 한국이 일본을 앞서는 상황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에 관심을 가진 여성이 결혼을 위해 이주하는 사례가 증가한 것은 2010년대 중반 이후"라며, "그 사이 1인당 명목 GDP에서 한국이 일본을 추월해 남성 급여는 동등해졌다"고 분석했다.

 


경제력과 더불어 한류의 영향력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2000년대 초 드라마 '겨울연가'를 시작으로 일본 내 한류 열풍이 본격화되었고, 이후 동방신기, 소녀시대, 방탄소년단(BTS) 등 K-팝 아이돌이 한류를 주도하며 일본 젊은 세대에게 한국 문화에 대한 깊은 관심을 심어주었다. 최근에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며 한국 문화의 매력을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

 

한편, 한국인 남성과 일본인 여성 간의 혼인 증가는 단순히 개인적인 만남을 넘어선 사회경제적, 문화적 변화의 결과물이다. 한국의 높아진 경제적 위상과 강력한 한류의 파급력이 맞물려, 국제결혼의 지형도를 새롭게 그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으며, 양국 간의 인적 교류와 문화적 이해를 더욱 심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